
어젯밤 꿈에 나는 여섯살쯤 되는 아이로 돌아가서 전쟁놀이를 실컷했다.
어린아이들이 하는 놀이라기엔 좀 리얼해서 번쩍번쩍한 총기난사에
앞에있던 아이들이 거의 다 총을맞고 쓰러져 죽었고
나는 담벼락과 하나가 될뻔하게 납작붙어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
그리고 조금은 허무해진 기분으로 터덜터덜 집을 향해 걸으면서 살아남은 다른 아이에게 말했다.
나는 가슴이 조마조마한게 싫어. 전쟁놀이 그만할래!
오늘 낮에는 어마어마한 스케줄표를 보고 정신이 번쩍들어서
식은땀도 났었지만,
새벽에 친구와 맥주를 마시며 몇 시간이나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마음속에 새가 날아다니고 평화가 찾아왔다.
우리는 가끔 만나지 않고도 함께 맥주를 마신다.
사실은 전화를 하면서 서로 마시는것 뿐인데도
맥주마시자! 했는데 한명이 "맥주가없네 나는 와인 마셔야겠다" 하면 무척 서운해한다.
친구는 자기 노트북의 폴더안에 모아둔 사진들을 보며 일기를 읽어주듯이 이야기했다.
2006년도 몇월 몇일에는 누군가 명륜동 산꼭대기에 숨어있는 작은 공원에 데려가서
할머니가 직접 타주시는 다방커피에 삶은계란도 먹었잖아. 으하하
몇년도 12월 23일에는 조금 취해서 우리의 미래계획을 소리높여 얘기했었지
조근조근 수화기 너머로 우리의 추억을 이야기해주는 동안에
나는 깔깔거리며 맥주를 마시고 어린아이같이 그림을 그렸다.
또 쓸데없는 일을하면서 밤을 보내고 말았지만
역시 전쟁보다는 평화가 좋다.
